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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나무 세우기 - 전자책/여는 말

두 번째 여는 말. 영어 스피킹을 위해서도 문법을 알아야 한다고?

by 너의 영어쌤 2022. 5. 11.

이 글은 현재 제가 쓰고 있는 전자책 '영어 나무 세우기'의 두 번째 여는 말이고, 영어 스피킹과 문법의 관계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 놓은 글입니다. 여러분의 '영어에 대한 인식'에 좋은 영향을 주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영어 스피킹을 위해서도 문법을 알아야 한다고?

 

이 책의 내용은 문법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고, 마지막 파트 ‘3. 이제 잎을 내고 열매를 맺을 차례’만 영어 말하기, 듣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책의 모든 내용이 서로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이 말을 반복할 겁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영어의 네 가지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을 분리하길 좋아합니다. 수없이 영어 시험을 봐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겠죠? 시험은 그 목적상 각각의 영역을 분리하기도 하지만, 사실 언어로서의 영어를 공부할 때 네 영역을 분리해서 공부하는 것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듣기와 말하기는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되어있고, (이건 기본상식이죠?) 이때 우리가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 쓰기가 됩니다. 또한, 듣기, 말하기, 쓰기를 공부하며 쌓은 영어 지식들(어휘와 각종 표현, 문장 구조, 문법)이 읽기를 할 때 (물론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부분이 그대로 쓰인다는 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나 더 생각해봅시다. 이러한 네 영역의 연관성이 (언어로서의 영어 말고) 시험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영어에서는 사라질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연결됩니다.

결국 언어로서의 영어든, 시험에서의 영어든 네 영역은 계속해서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이번 여는 말의 주제인 ‘스피킹’과 ‘문법’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영어 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중 ‘스피킹 공부를 하는데 왜 문법공부를 하려 하냐’고 문제 제기를 하시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원어민 아이들을 보라. 아이들은 문법 공부를 하지 않아도 듣고 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법을 체득한다.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 정확하게 말을 잘한다. 자, 내 말이 증명되지 않는가?’라고 말합니다. 이분들의 말은 어찌 보면 맞고, 어찌 보면 틀립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영어권 나라에서 나고 자라거나, 어린 나이에 영어권 나라에 가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이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득할 만큼의 영어 컨텐츠 절대량이 이들에게는 충분하게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어권 나라에서 태어나 살지도 않았고, 어린 시기에 영어권 나라에 가서 살지도 않은, 한국과 같이 일상에서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나고 자라서 중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저 말에 담긴 언어 습득 원리가 적용될 확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득할 만큼의 영어 컨텐츠 절대량이 제공되지도 않았고, 언어 습득에 가장 유리한 나이도 한참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중고등학생, 성인이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고 영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에서는 초반에 문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시간을 절약해줍니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칙’을 문법이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언어를 읽힐 수 있는 나이가 지나가버린 학습자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영어 컨텐츠에 노출되면서 나도 모르게 영어의 문법을 익혀 말을 하게 되는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문법을 먼저 배워서 말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내가 읽고 보고 듣는 과정에서 익힌 어휘와 표현들을 그 원리 속에 끼워 넣어 말을 하는 과정’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고등학생이나 성인의 뇌는 후자의 과정(=문법 공부 후 스피킹)에서는 어린아이의 뇌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있습니다.

여태까지 길게 쓴 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기(연령대)에 맞는 알맞은 방법으로 공부하자. 중고등학생, 성인은 문법을 먼저 공부한 뒤 스피킹을 하는 게 시간, 방법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이제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네요. 

“선생님, 문법을 미리 공부하고 스피킹을 하려 하면, 문법에 안 틀리게 말하려고 생각하다 시간이 다 지나가서 더 말을 못 하는데요?”

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문법을 배운 후 실제 대화 상황에서 영어로 말을 할 때는 문법 생각을 하지 마시고 그냥 말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실제 언어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대화 속도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기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럼 문법은 무슨 소용이냐고요? 문법은 이때 활용하십시오. 그 대화가 끝난 후 말입니다. 방금 전 대화 상황을 다시 복기하면서(=떠올려보면서),

‘방금 전에 내가 이렇게 말했었는데 완전히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었네? 다음에는 이렇게 제대로 말해야겠다. 다음에 제대로 하려면 지금 당장 크게 소리 내서 정확한 문장을 여러 번 말해봐야지'

이렇게 말입니다. 우리의 영어 말하기는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쳐야 더 나아지게 되어있습니다.

이제 책의 본격적인 내용을 시작하기 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자, 영어의 원리 이해에서 시작해 여러분의 세계를 넓히는 첫걸음을 내디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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